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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생과 사(Life and Death)
인간은 거대한 죽음이라는 정적 앞에 서 있을 때조차 욕망을 배설하고 번식하며 발버둥 친다.
그 몸부림은 결코 아름답거나 숭고하지 않다. 기어이 서로를 짓눌러 엉키고 욕망을 피워내며 식어가는 몸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기형적인 꼴일 뿐이다.
나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허무의 바탕 위에서 쏟아내는 가장 저열하고 생생한 삶의 소동을 직면하고자 한다.
전시소개글
문명과 이성의 표피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질은 결국 소멸이라는 완강한 벽 앞에서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개인전 <생과 사>는 죽음이라는 절대적 실재와 그 한계선 위에서 피어나는 원초적 생존의 몸부림을 하나의 거대한 비극적 서사로 묶어낸 자리다.
죽음을 삶의 끝에 놓인 관념적 미학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죽음은 모든 생명 활동의 발밑에 깔려 있는 차갑고 정적인 바탕이며 생명은 그 정적을 깨부수기 위해 끊임없이 번식하고 엉켜붙는 필사적인 소동이다.
서로의 몸을 갈구하는 본능적인 엉킴과 핏덩이를 쏟아내는 번식, 그리고 그 혼돈 속에서 감춰지지 않는 개별의 고독과 공포는 모두 소멸에 저항하는 인간의 일관된 몸부림이다.
세련된 포장과 학술적 미사를 완전히 걷어낸 자리에는 날것 그대로의 회화적 밀도와 서늘한 존재론적 중압감만이 남는다.
타인의 치부이자 스스로의 단면을 가림 없이 까발리는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고요, 그리고 그 위에서 끈질기게 피어나는 인간본능의 기괴하고도 생생런 바닥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된다.


